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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쨋든 직장인

by 또또언니 2020. 5. 2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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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괜찮지만 마흔 넘으면 알수 없어.

조금 덜 벌더라도, 야근없고 정년 보장되는 준공무원이나 준비해야지. 

 


4년 전쯤에 만났던 구남친은

'SKY 졸업 - 대기업 입사(그것도 한번에!)' 라는 탄탄대로를 걷던 친구였습니다.

취업은 제가 먼저했지만 그 친구의 연봉은 출발부터가 달랐습니다. 

(대리연봉 6천만원. 그 업계에서는 그리 쎈 편은 아니라고 함)

 

근데 언제서부턴가 자격증 공부를 하는게 아니겠어요? 

대기업에서 살아남기가 정말 힘들어서 였는지,

몇 달간 새벽 1~2시까지 온라인 강의를 듣고 주말에도 도서관에 다니며 결국은 원하는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 자격증이 엑스가 원했던 '공'이 들어간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로 이직에 도움을 주었을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계약직이긴 합니다만. 

 

얼떨결에 4년이나 공공기관에서 근무 중입니다. 지위는 계약직.

이전 10년 정도를 사기업에서 있다가 공공기관 일을 처음 하면서 겪었던,

곁에서 본 공공기관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몇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과정이 중요하다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서는 결과 보다도 그 과정이 투명해야 합니다.

철마다 국감있지요, 감사원, 행안부, 직속 중앙부처 감사까지. 이제는 일상 감사라는 것도 생겼습니다.

정말 감사가 끊이질 않더군요. 감사의 대상은 바로 문서입니다. 

업무의 시작과 끝 모두가 이 결재문서에 남아 있습니다.

 

해외출장 가는 이야기를 해볼게요.

사기업에서는 간단한 출장계획서를 제출하면 되지만(저는 그랬습니다)

공공기관은 가기 몇주 전에 출장갈 꾸러미를 준비합니다. 

계획서에는 출장목적, 현지에서 만날 기관/사람, 구체적인 일정,

(방문할/미팅할 대상도 1~2명이면 안됨. 나랏돈으로 나갔으니깐 한번 갔을 때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야 함!)

그리고 항공편 등 비용까지 담당자가 모두 예산을 짭니다.

공무원 여비규정이라는게 있어서 국가마다 출장비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기관들은 이 규정을 준용해서 각 기관마다의 여비지침을 만드는데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

(슬프게도 계약직은 정규직보다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적더군요... )

 

해외출장이 나와서 얘긴데요, 

인사팀이나 기획팀 등 특정 부서에서 해외출장 심의를 보더라고요. (왜죠?)

업무와 관계있는 윗 상사들이 검토하면 될 일들을 타부서에서 검토하고 협의를 봐야하는게 조금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뭐, 공무원이든 준공무원이든 매뉴얼, 규정, 지침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좀 더 우리가 낸 세금이 줄줄 세는 걸 막을 수 있겠죠.

이래야 정신건강에 조금은 이롭습니다.

 

 

2. 과정이 중요하다보니, Paper work은 기본입니다. 

저는 그동안 홍보마케팅 쪽 일을 하다보니, 컨텐츠를 만드는 일 쪽이 좀 더 익숙했었습니다.

글을 쓰기는 하지만, 보고를 위한 페이퍼 웍.

말로 풀수도 있는 일을 문서로 만들어야 하는 이 수고로움이란.

그래도 해야합니다. 결재에 "보고했다고" 남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문서는 한컴오피스를 씁니다. 이건 무조건임! 

 

 

3. 놀랍게도, 결과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사기업에서 일했던 터라 결과, 실적에 대한 압박이 늘 편두통처럼 따라 오는데,

ROI에 대한 보고가 디테일하지 않습니다. 

출장 이야기를 했었죠. 출장 가기전 결재용 보고문서를 만드는 것보다는 훨 수월합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타당성에 좀 더 무게를 둔다고 할까요?

물론 사업도 잘 추진해서 결과도 좋아야 겠지만, 평타정도 치면 쏘쏘 입니다.

 

 

4. 보고, 또 보고. 긴긴 보고라인. 

이전 직장들에는 웬만한 일들을 본부장이나 상무 정도 급에서 결정해주었습니다.

회장님 결재까지 받아본 적이없는 건 제가 너무 주니어적라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업 추진비 대비 결재라인이 상당히 높아서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사업비 1천만원이 넘어가면 기관장 결재를 받아야 하는 거죠. 

물론 이건 기관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기관장님들은 결재하느라 너무 바쁘실 듯)

 

이 보고라인에는 우리 부서장의 결재 외에도 타 부서의 협조도 중간중간 들어갑니다.

사안이 급한데 결재라인 길면 어떻겠습니까.

윗 분들이 결재 오기만 기다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담당자 마음은 타들어 갑니다. (이게 뭐라고..) 

어떤 날은 결재받다가 하루가 끝날 때도 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 었네요.

 

 

5. 기관과의 벽? 존재합니다. 

기관장이 장관급이냐, 차관급이냐. 중앙정부에 더 가깝냐, 예산이 얼마냐 등등

기관 사이의 미묘한 알력같은게 실제로 있더라고요.

기관별 문화차이는 당연하겠고, 협력했을 때 실적을 어떻게 가져가는지도 신경전 중 하나입니다.

높으신 분들은 기관의 벽의 허물고 상생의 힘을 말씀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아직도 벽이 너무 튼튼한 것 같습니다.

 

 

6. 야근, 하죠 당연히.

아주 없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마이웨이 하는 분들 있습니다.

그러나 땡하면 퇴근하는 그런 상상은 접으시는게 좋습니다.

업무량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사기업은 본인의 KPI 달성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갑자기 떨어지는 지시나, 국회의원 자료 요구, 중간 실적 점검 등

깜빡이 없이 들어오는 일들에 치여서 본업이 뒤로 밀리는 일들이 생깁니다. 

 

특히 문서작업이 많다보니, 노가다 해야할 일들도 꽤 있답니다 (ㅠㅠ) 

 

 

7. 그래도 내 휴가는 다 쓸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사기업 다닐때는 이게 너무 눈치가 보였습니다.

너는 꼭 니껏 다 챙겨먹어야 속이 후련하냐? 뭐 이런 따가운 것이 들어오는 듯 하여.

그런데 공공기관에서는 이거 하나는 좋더라고요.

사전에 이야기만 해 놓으면 사유를 물어보지도 않고 쓸 수 있어요. 

그리고 연말이 되면 안쓴 연차에 대한 걸 환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기여코 쓰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어느 조직이나 겪을 수 있는 과정 같네요. 

사기업보다 업무 강도는 확실히 낮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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